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의 딜레마, ‘현금 청산’ 관행에 쐐기 박은 대법원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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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의 딜레마, ‘현금 청산’ 관행에 쐐기 박은 대법원의 판결
작성일: 2026년 06월 13일 | IT/미디어 전문 시사 평론가 칼럼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과정을 넘어, 한 사람의 삶과 노력이 응축된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갈등의 현장이 되곤 합니다. 특히 창업주의 자산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으로 묶여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분할할 것인지는 법조계에서도 오랫동안 풀기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800억 원대 자산가의 이혼 소송에서 상대 배우자에게 143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며, 그동안 법원이 관습적으로 고수해 온 ‘대상분할’ 위주의 방식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을 바꾼 것을 넘어,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과 재산을 분할받는 배우자 사이의 실질적 형평성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재산분할의 방식이 기업 경영권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에 있었습니다. 원심은 비상장주식을 남편이 계속 소유하는 대신, 그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을 아내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방식이 남편에게 주식 매각을 강요하거나 과도한 담보 대출을 유도하여, 결국 회사의 지배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았습니다.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적정 가격으로 현금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경영자로서 수년간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 단 한 번의 이혼 판결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인데, 대법원은 이를 두고 당사자 간의 형평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한 지점은 남편의 가용 자산 규모와 재산분할금 지급의 현실 가능성이었습니다. 주식을 제외한 남편의 순자산은 약 103억 원에 불과했는데, 그마저도 대부분이 아내와 공동 명의로 된 부동산이어서 아내의 협조 없이는 처분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설령 남편이 가진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더라도 아내에게 지급해야 할 143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결국 경영권이 담긴 주식을 시장에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조가 경영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주식 가치 변동이나 세금 문제 등 모든 경제적 리스크를 경영자가 홀로 짊어지게 하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이미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양육비까지 지급받는 아내에게는 주식을 현물로 일부 배분하더라도 경제적 곤궁에 빠질 위험이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그동안 법원은 비상장주식의 폐쇄성과 평가의 어려움 때문에, 경영권 분쟁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대상분할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재산분할의 본질인 ‘실질적 공평’을 왜곡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비상장주식 분할 시 대상분할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현물분할을 포함해 다양한 분할 방식을 혼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법원은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사정과 회사의 존속 가치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는 재산분할 판결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라는 측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한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기계적으로 현금 지급을 명령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경영권을 보전하면서도 상대 배우자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혼합형 분할’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회사 전체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법원의 이번 판단은 기업가 정신을 보호하고 창업주가 감당해야 할 과도한 경영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결국 이혼 재산분할은 단순히 숫자를 나누는 산술적 계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생활의 청산과 향후 경제적 자립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이해관계 조정의 과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 결론 및 분석 전망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가 고액 자산가의 이혼과 기업 경영권이라는 두 가지 민감한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성숙한 답을 내놓은 사례입니다. 대상분할이라는 편리한 관행에 안주하기보다,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형평성과 기업의 존속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저울질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메시지는 매우 묵직합니다. 앞으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재심리 과정에서 어떠한 혼합형 분할 방식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판례는 향후 비상장주식 재산분할 소송의 기준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재산분할의 목적은 결국 부부 공동재산을 공평하게 청산하는 데 있으나, 그 과정이 한 개인의 삶과 기업의 미래를 파괴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철학이 이번 판결에 깊게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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